'그럭저럭 국립대학을 졸업하고서 섞여들어간 샐러리맨의 도시.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도 따라야하지만 이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보이기라도 해야만 했던 내가 살고 있던 겨울의 도시.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이 지금은 멀기만 하다.
눈 앞에 있는 것은 남중국해의 검푸른 바다.
거친 바람.
...일본이 멀어진다...
...하지만, 여긴 대체 지구의 어디쯤일까?'
아사히 기업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일본인 오카지마 로쿠로. 회사의 기밀이 든 디스크를 운반하는 업무를 맡아 출장중 '라군'이라는 일당에게 납치당한다. 흠씬 두들겨맞고 레비에게 무시무시한 협박을 당하는 로크. 그런 로크를 데리고 더치는 잠시 담배를 핀다. 그리고 이것이 로크와 '라군상회'의 첫만남이었던 것이다.
"뭐, 어떻게든 댁의 회사랑 연락해서 거래해야지."
"몸값인가... 실적 감점이로구만."
"하지만, 우리쪽 사정도 있으니 디스크를 의뢰인에게 넘겨주는게 먼저다."
"의뢰인? 너희 짓이 아니고?"
"우리는 단순한 운반책이야. 먹고살려고 가끔 불법적인 일도 하지만 원래는 그게 직업이야."
이런걸 스톡홀름 증후군이라 하는걸까.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서 신뢰할 수 있는 건
이 커다란 남자 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너 이름은?"
"오카지마. 오카지마 로쿠로."
-블랙라군 1편중 로크와 더치의 대화
이들은 러시아 마피아 조직과 손을 잡은 해적으로 로크를 납치해 디스크를 넘겨달라는 조직의 보스 '발랄라이카'의 아주 특별한 부탁을 받은 것. 발랄라이카에게 디스크를 넘겨주고, 로크는 회사와 연락해 따로 몸값을 받을 생각이었으나 회사는 몸값은 커녕, 로크와 디스크를 함께 아예 묻어버릴 생각을 한다. 남중국해의 바다위에서, 라군상회의 선박과 함께 말이다.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치를 떠는 로크. 그런 로크를 알게 모르게 동정하지만 '몸값'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진 로크를 버리고 가려는 라군상회. 그리고 그때 들이닥친 회사가 고용한 킬러들. 로크 일행은 바다위에서 지독한 함정에 빠지지만 로크의 기지로 가까스로 탈출하고, 후에 발랄라이카의 조직 '호텔 모스크바'와 모종의 거래를 하여 사건을 마무리지은 회사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로크를 다시 데려가려고 하지만 로크는 거부하며, 자신의 이름은 '록'이며, 예전의 자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로크는 '록'으로 불리며 라군상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 작품은 작품 곳곳에서 기득권층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을 보여준다. 그리고 부패한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여과없이 드러내는데, 로크의 회사가 로크를 일개 부품 취급하며, 비정하게 버린데 비해 '가끔은 법에 어긋나는 일도 하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라군일행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물론 라군상회가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도덕'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를 엿볼수 있다. '허울뿐인 도덕'에 맞설수밖에 없는 밑바닥 인생, 레비의 이야기는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녀를, 그들을 미워할수 없게 만든다. 비록 그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아주 조금만 비밀이야기를 해 주지. 록.
질문 하나 할까?
이것과 이것.
이 두 가지는 대체 뭘까?"
"훈장과...
사람의 해골이야."
"아니야, 록.
이건 물건이야. 록.
계속 의미를 환원해 가다보면 남는 건 그 단어 뿐이야.
'물체'라는 단어 뿐이지.
거기에서 다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건 추억같은 어정쩡한게 아니야.
그 가치는 만인이 공감할 공통의 테마다.
'돈'이야.
그것 외의 가치는 감상뿐인 개소리다.
돈이... 신인건가?
힘이야.
신 따위 보다 훨씬 쓸모가 있지.
록. 이걸 빼고서 넌 뭘로 가치를 매길거지?
신이냐? 사랑이냐?
웃기지마.
내가 빌어먹을 꼬마였을때 처굴러다니던 시궁창 같은 곳에선
어찌된 일인지 신이니 사랑이니 하는 건 늘 품절이더라.
물정 모르던 때에는 신에게 울며 매달리기도 했었지.
뭐, 그런 걸 믿었던 것도
누명을 뒤집어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반죽음을 당했던 날까지지만.
빈민촌에 산다는 이유 뿐이었어.
힘도 없고, 신도 없는 중국 계집애가 기댈 수 있는게 대체 뭐겠어?
그건 돈이다.
그리고, 총이다.
이 두가지만 있으면 거칠게 없지."
"괜한 이야기를 하게했군. 미안."
"닥쳐.
동정이 필요해서 한 이야기였으면 좀 더 그럴 듯 하게 포장했을거다.
요약하자면, 인생의 위기에서 중요한 건 그 정도 뿐이라는 이야기야.
정상적인 방법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거야, 록."
-블랙라군 5편중 레비와 록의 대화
어찌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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