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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일라이저 우드(프로도), 이안 맥켈런(간달프), 리브 타일러(아르웬) 개봉 2003 뉴질랜드, 미국, 199분 평점
무릇 판타지 영화에는 많은 영웅들이 등장하는 법입니다. 혹자는 판타지 영화가 주는 재미를 단순히 뛰어난 그래픽이나 환상적인 세계관으로 꼽기도 하지만 세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도 바칠 줄 아는 수많은 영웅들과 그들의 용기와 박력이야말로 판타지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리고 3편 개봉 이후 5년이란 시간이 흐르도록 여전히 판타지 영화의 최고봉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또한 역시 수많은 캐릭터들과 영웅들이 존재합니다. 죽음의 전사들을 이끌고 전장으로 달려가는 든든한 왕과 동료들의 모습에서부터 고달프고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마법사와 작은 호빗, 그리고 바로 코앞에 닥친 죽음이란 절망적인 그늘 아래에서도 서로를 도우며 전진하는 두 호빗, 봉화를 타고 죽음의 전장으로 달려온 늙은 노장과 한 여전사의 모습은 전형적이라는 느낌을 주면서도 강렬한 임팩트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곤 하는데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닮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할 정도의 이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웅들의 모습과는 달리 이 영화에는 너무나 상대적인 캐릭터가 하나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캐릭터는 모두 아시다시피 절대반지에 현혹되어 살인을 하고 끝내 반지의 종으로 전락해버린 스미골, 즉 골룸이며, 이 흉측하고 사나운 캐릭터는 시리즈 내내 선과 악을 꾸준히 오가며 극적 긴장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누구든 자신을 이 캐릭터에 빗대어 말하는 것을 싫어할 정도로 결론적으로 누구도 닮기 싫은 진정한 배신자의 초상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순이고 아이러니한 것이 영화사를 통틀어 이토록 혐오스러운 캐릭터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영화를 보고 그 안에서 골룸을 볼 때마다 가련하다는 느낌또한 드는 것이 사실인데요, 원래 착한 놈이었는데 나쁜 길로 빠졌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기 때문, 이라고 간단하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이유를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골룸이란 캐릭터가 우리에게 가련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골룸이 보여주는 행동들과 생각 하나하나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든
인간은 고민 끝에 무언가 결정을 내린다.
혹자는 자신들을 이 흉측한 괴물에 빗대어 말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문득 저 자신을 돌아볼 때면 골룸을 너무나도 닮은 제 모습에 스스로도 자주 놀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마음은 욕망과 충동, 그리고 절제와 믿음속에서 쉴새없이 충돌하고 때론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채 일을 저질러 버리고 때론 벅차오르는 충동을 간신히 억누른 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인간이란 결국 끝없는 고민과 갈등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고 골룸이란 캐릭터는 결과적으로 영화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저는 오늘도 내일도 골룸처럼 끊임없이 선과 악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다가 그 끝에서 선이든 악이든 무언가 결정하는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저 자신을 골룸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캐릭터를 통해 찾는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이렇듯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찾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재밌고 유쾌한 일인 것 같습니다. 골룸으로 찾은 인간의 자화상, <반지의 제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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